전체 글45 부모님과 제주 한 달 살기 매년 부모님과 짧은 여행을 다녀오곤 했다. 하지만 늘 일정은 바빴고, 사진은 많았지만 대화는 적었다. 그런 여행이 반복될수록 ‘진짜 같이 있었던 시간’이 별로 없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여행이 아니라, 같이 살아보면 어떨까? 그렇게 시작된 것이 ‘부모님과 제주 한 달 살기’ 프로젝트였다.제주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멀지 않으면서도 일상이 가능한 환경이었고, 부모님 세대에게는 여전히 특별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머문 곳은 제주시 외곽의 작은 마을이었고, 근처에 바닷가와 감귤밭이 있는 평화로운 동네였다. 이동보다 머무는 데 의미를 두고, 체험보다 대화를 중심에 둔 한 달이었다.처음에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 하는 의심도 있었지만.. 2025. 7. 1. 필리핀 바기오 한 달 살기 무더위가 반복되는 7월 초, 나는 익숙한 일상에서 도피하고 싶었다. 목적지는 가까우면서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어야 했고, 무엇보다 ‘덥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이 있었다. 그렇게 찾게 된 도시가 필리핀 북부 고산지대에 위치한 ‘바기오’였다. 이곳은 해발 1,500미터가 넘는 위치에 자리해 있어 필리핀에서도 흔치 않게 서늘한 날씨를 자랑한다. 도착하자마자 느낀 첫 인상은, 낯선 나라에서 한여름에도 긴 소매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공항에서 몇 시간을 차로 이동한 끝에 도착한 바기오 시내는 서울의 도심과는 완전히 다른 리듬을 품고 있었다. 고층 건물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의 상점은 간판 대신 손글씨로 이름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 도시의 분위기는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 대신 잔잔하고 단정했.. 2025. 7. 1. 무주 산골 한 달 살기 도시에 살다 보면 늘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는 상태가 당연하게 느껴진다. 스마트폰으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나는 하루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무기력하다. 그래서 나는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 하나를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한 달간 휴대폰 없이 살아보자.’ 하지만 이 실험은 도심 한가운데에선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나는 전파가 거의 잡히지 않는 무주 산골로 들어갔다. 무주는 전북 내륙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고, 내가 묵은 마을은 그중에서도 더 안쪽에 위치한 인구 80명 남짓한 작은 곳이었다. 통신 신호는 간헐적으로만 잡혔고, 마을에 유일한 슈퍼도 오후 6시면 문을 닫았다. 휴대폰은 입구에서 꺼내 작은 나무 상자에 넣었고, 그 순간부터 나의 한 달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모든 연결이 끊기자, 오.. 2025. 6. 30. 동네 책방 운영하며 한 달 살아보기 많은 사람은 동네 책방이 이제는 추억 속 공간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마지막 남은 공간에 새로운 가능성이 숨어 있다고 느꼈다. ‘한달살기’라는 흔한 형식을 단순한 여행이 아닌 지역 서점 살리기 프로젝트로 바꿔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한 달 동안 지방의 오래된 책방을 빌려 운영해보기로 했다. 그 책방은 30년 가까이 운영되다 최근 몇 년간 문을 닫은 곳이었다. 간판은 빛이 바랬고, 내부엔 먼지가 켜켜이 쌓여 있었지만, 그곳엔 여전히 책 냄새와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내가 책을 진열하는 순간, 멈춰 있던 공간은 다시 호흡하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손님 한 명 없이 책방을 지키는 시간뿐이었다. 하지만 그 정적 속에서도 무언가 달라지고 있었다. 골목을 지나던 주민들이 유리창 너머를 힐끔.. 2025. 6. 30. 반려동물과 함께 떠나는 한 달 살기 도시를 바꿔 사는 삶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는 낯선 도시에서 한 달을 살아보는 것이 일부 여행자의 특별한 도전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한 달살기가 새로운 일상의 한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생긴다. “내가 떠나면, 아이는 어떻게 하지?” 여행은 잠시의 일탈일 수 있어도, 반려동물에게는 보호자가 없는 시간 자체가 큰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한 달 살기'다. 단순히 반려동물을 데리고 해외로 가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장소에서 함께 살아보고, 일상을 공유하며 적응하는 과정을 담은 체류형 생활은 이제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나 그 흐름에 올라타기 위해서는 단순히 “반려동물 입국 가능 국가”를 .. 2025. 6. 30. 한 달 동안 스마트폰 없이 살기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어려워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스마트폰 없이 한 달을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도시의 번잡함을 잠시 떠나 외딴 시골 마을로 들어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정보가 넘치는 삶에서 벗어나 내 감각을 다시 정비하고 싶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휴대폰을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하지만 고립된 산골에서 하루를 시작하면, 손끝에 아무런 자극도 느껴지지 않는다. 마을에는 와이파이가 없고, 휴대폰 신호도 희미하게만 잡힌다. 인터넷도, 유튜브도, 메신저도, 심지어 시간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매일 해가 뜨는 걸 시계 삼고, 새들의 울음소리를 알람 삼아 일어났다. 연결을 끊는다는 건 단순한 단절이 아니라, 잊고 있던 감각들과의 재.. 2025. 6. 29. 이전 1 ···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