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늘 바쁘게 살아왔다. 아침이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지고, 저녁이면 피곤에 찌든 얼굴로 겨우 대화를 나누는 생활이 반복되었다. 어느 날 아이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리 가족끼리 오래 같이 있으면 안 돼?" 그 말이 가슴을 쳤다. 그래서 우리는 가족 3인이 함께 지낼 수 있는 도시를 찾아 ‘한 달간의 일상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여행이 아닌, 실제 살아보는 경험을 통해 가족 간의 시간을 더 깊이 있게 만들고자 한 것이다. 짧은 휴가처럼 급박한 일정 속에서 명소를 찍고 다니는 것이 아닌, 하루 세 끼를 함께 먹고, 동네를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진짜 생활을 해볼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다. 단순한 도시 탐방이 아니라, 가족의 리듬을 회복하는 시간. 그것이 이 여정의 시작이었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 물가, 안전, 교육적 요소,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지내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기준을 갖고 도시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도시 찾기’ 프로젝트는 예상보다 훨씬 풍성한 고민과 발견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한 달 살기 도시를 고르는 5가지 핵심 기준 – 가족 중심의 시선
도시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한 건 안정성이었다. 낯선 도시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려면 치안이 우선이다. 다음은 의료 접근성이었다. 만약 아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부모가 몸이 아플 경우 근처에 믿을 수 있는 병원이나 약국이 있어야 했다. 세 번째 기준은 생활비였다. 세 사람이 한 달간 지내려면 숙소, 식비, 교통비 등을 포함해 현실적인 예산 내에서 생활이 가능해야 한다.
네 번째는 문화적 다양성과 교육적 자극이었다. 아이가 단지 놀고 쉬는 것보다, 새로운 언어나 문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는 자연과의 거리감이었다. 도시 중심부에만 갇히지 않고, 가볍게 산책하거나 바닷가에 나갈 수 있는 환경이 필요했다.
이 기준들을 놓고 우리가 처음 검토한 도시는 총 12곳이었다. 동남아시아의 치앙마이, 대만의 타이중, 일본의 후쿠오카, 포르투갈의 포르투, 조지아의 트빌리시 등은 모두 우리 조건에 부합하거나 아슬아슬하게 충족했다. 그러나 세세한 요소들을 비교해보면서, 단순히 유명하거나 여행자가 많은 곳이 아닌, '살기에 적합한 도시'는 따로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가족 3인이 살기 좋은 실제 후보 도시 3곳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도시는 대만의 타이중이었다. 기후가 온화하고, 한국인에게 익숙한 음식 문화가 많으며,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었다. 무엇보다 병원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만약의 상황에도 대비가 가능했다. 타이중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베이툰구’는 조용하고 공원 접근성이 좋아 가족 단위 체류에 적합했다. 현지인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는 환경도 좋았다.
두 번째는 조지아의 트빌리시였다. 물가가 저렴하고, 한 달 렌트비용이 한국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가능했다. 현지 슈퍼와 시장에서 장을 봐서 직접 해먹는 구조가 가능했고, 영어로 기본적인 의사소통이 되었다. 도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져, 아이와 함께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시간이 풍부했다.
마지막은 포르투갈의 포르투였다. 유럽 특유의 여유로운 도시 분위기와 더불어, 한 달 살이 전용 숙소가 많고 단기 체류자가 많아 정보 접근성이 좋았다. 해안선이 길게 펼쳐진 지역에 머물면, 아침마다 바다를 보며 산책하고, 오후엔 도서관이나 공원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세 도시 모두 '가족'이라는 단위로 지내기에 충분한 환경을 갖추고 있었고, 단순히 보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살아도 좋은 도시라는 확신이 생겼다.
한 달 살기 도시를 찾는 여정이 우리 가족을 바꿨다
사실 처음에 도시를 찾기 시작했을 땐, ‘어디가 제일 예쁘고 안전할까’만 고민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더 깊은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 도시에서 우리 가족이 어떤 하루를 보낼까?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풍경을 볼까? 식사는 어디서, 어떻게 나눌까? 그렇게 상상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어느새 대화가 늘었고, 서로의 일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도시를 찾는 과정이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우리 가족의 라이프스타일을 재정의하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는 지도에 표시를 하며 “여기서 자전거 탈 수 있어?”라고 물었고, 우리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현지 커뮤니티까지 찾아보게 되었다. 부모인 우리는 ‘아이 중심’에서 시작된 여행이 결국 우리 자신에게도 필요한 시간임을 느끼게 되었다.
한 도시를 고르는 일은 어렵지만, 가족이 함께 고른 도시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도시에서 보낸 한 달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서로를 다시 발견하고 연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가족이 함께 살아보는 도시를 고르는 이 작업은 결국, 가족이라는 팀이 다시 호흡을 맞추는 중요한 과정이었다.
우리가 직접 살아볼 도시를 결정하게 된 결정적 한마디
후보 도시들을 충분히 비교하고 나서도, 우리는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었다. 어느 도시든 장단점이 있었고, 인터넷 속 정보는 충분하지만 진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감은 오지 않았다. 그때, 아이가 조용히 말했다. “여기에서는 우리 셋이 매일같이 밥 먹을 수 있어?” 그 질문 하나가 우리 모두의 마음을 묵직하게 건드렸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건 관광지도, 명소도, 화려한 풍경도 아니었다. 서로를 바라보고, 천천히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와 공간이 있는 도시였다.
우리는 다시 처음부터 기준을 정리했고, 가장 중요하게 여긴 건 ‘세 사람이 동시에 불편하지 않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지’였다. 그러자 판단 기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빠른 인터넷보다 안정된 의료 시스템, 유명한 관광지보다 동네 도서관이나 놀이터 위치가 더 눈에 들어왔다. 가족이 하루의 중심이 되는 구조, 식사 시간에 셋이 함께 있을 수 있는 생활 리듬, 그런 것들이 도시 선택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결국 우리가 선택한 도시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준비된 곳이었다. 숙소는 조용한 주거지였고, 근처에는 아이와 함께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었다. 부모인 우리도 잠시 일을 쉬고, 각자의 속도로 일상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도시를 찾는 과정은 여행지를 고르는 게 아니라, 가족이 다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고르는 깊은 고민의 시간이었던 셈이다. 그리고 그 결정을 함께 내린 과정 자체가 이미 우리 가족을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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