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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별 한달살기

30대 퇴사자를 위한 인도네시아 한 달 살기

by allthatnews0 2025. 7. 9.

퇴사라는 말은 ‘끝’보다는 ‘멈춤’에 가깝다. 직장을 떠나는 것은 단지 출근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계속해서 쌓아온 삶의 리듬을 잠시 내려놓는 선택이다. 특히 30대에 이르는 퇴사는 인생에서의 중요한 분기점이 된다. 경력이 생겼고, 책임도 무거워졌고, 타인의 기대를 무시하기엔 너무 많은 관계가 얽혀 있는 시점이다. 그런 구조 안에서 퇴사를 결정한 사람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단어보다 ‘지금의 상태를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크다.

30대 퇴사자 위한 인도네시아 한 달 살기

 

많은 이들이 퇴사 후 여행을 선택하지만, 단순한 여행은 빠르게 지워진다. 풍경은 기억에 남지만, 내면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 30대 퇴사자들 사이에서는, 감정 회복과 삶의 방향 재정립을 위한 ‘목적 있는 한달살기’가 조용한 트렌드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물가가 저렴하고, 기후가 따뜻하며,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고요하게 자신을 정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춘 지역으로 주목받는다. 이번 글에서는 퇴사 후 감정 정리를 원하는 30대에게 인도네시아 한달살기가 왜 적합한지, 그 안에서 어떤 일상이 가능한지, 그리고 실제로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한 달 살기를 위한 퇴사는 시작이 아니라 정리의 시간이다

많은 사람들은 퇴사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하지만 진짜 필요한 것은 시작이 아니라 정리다.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감정과 에너지의 균형을 되찾아야 한다. 퇴사를 하고 난 후에도 머리는 여전히 회의 시간표를 생각하고, 몸은 아침 7시에 자동으로 깨어난다. 심지어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으면서도 ‘어디선가 연락이 올 것 같다’는 불안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환경에 있어도 진짜 휴식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퇴사자는 일정이 없는 하루, 시계가 필요 없는 하루, 말수가 줄어드는 하루를 필요로 한다. 인도네시아 발리의 우붓(Ubud)이나 롬복(Lombok) 지역은 그런 ‘고요한 일상’을 시작하기에 딱 좋은 장소다. 천천히 움직이는 사람들, 공기 중에 섞인 바람 소리, 이국적인 채소와 향신료 냄새가 섞인 거리를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속도가 느려지고, 생각의 결이 부드러워진다.

한 퇴사자는 “퇴사했는데도 계속 회의 안건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런데 우붓에 도착하고 5일쯤 지나자, 그 생각들이 희미해졌다. 대신 ‘오늘은 무얼 먹을까’ 같은 소소한 고민들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감정의 회복은 화려한 결단이 아니라, 작고 조용한 생활의 반복 속에서 서서히 이뤄진다.

 

스펙보다 중요한 건 ‘나의 루틴’을 설계하는 일

30대의 퇴사는 20대와 다르다. 단순히 회사가 맞지 않아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의 리듬과 방향을 다시 조정하기 위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퇴사 후의 한 달은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결과물보다, ‘나만의 루틴’을 새롭게 설계하는 데 더 많은 가치를 둬야 한다.

인도네시아 한달살기에서는 이 루틴 설계가 매우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아침 8시에 일어나 동네 시장에서 바나나와 삶은 계란을 사오고, 9시에 숙소 옥상에서 요가를 한 뒤, 오전엔 아무 일정 없이 책을 읽는다. 오후에는 낯선 골목을 걸으며 작은 현지 카페에 들렀다가, 저녁에는 숙소에서 직접 요리를 한다. 하루는 아주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안에서 사람은 점점 자신의 속도와 감각을 되찾는다.

이러한 하루가 반복되면, 사람은 ‘일’이 아닌 ‘생활’을 중심에 두게 된다. 그리고 그 생활 안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이 과도했는지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어떤 퇴사자는 “회사에 다닐 땐 시간이 없어서 아무것도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간이 생기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 그래서 내게 필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방향이었다”고 말했다.

루틴은 다시 시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기반이다. 인도네시아에서의 한 달은 그 루틴을 강요 없이, 실패 없이, 조용히 실험해볼 수 있는 시간이다.

 

낯선 환경은 나를 다시 관찰하게 만든다

퇴사자는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잃기 쉽다. '내가 이 회사를 떠난 것이 잘한 선택일까?', '나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혹시 다시 후회하지 않을까?'와 같은 질문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돈다. 이런 상태에서는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 그래서 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익숙함에서 벗어나면, 나를 새롭게 관찰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기후, 언어, 생활 리듬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사람을 ‘내가 모르는 나’로 만들어준다. 현지어로 숫자를 말하고, 낯선 사람과 미소만 주고받으며 대화를 시작하고, 땀을 흘리며 현지 음식을 찾는 그 일상 속에서, 사람은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끊임없이 체험하게 된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예민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건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동안 내가 너무 좁은 기준으로 나를 판단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낯선 환경은 사람을 더 낯설게 만들지만, 동시에 가장 정확하게 자기 자신을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퇴사자는 새로운 직업이나 기회를 찾기 전에, 먼저 자신을 관찰할 수 있는 시선부터 회복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는 그 시선을 만드는 데 최적의 무대를 제공해준다.

 

한 달 살기 후 다시 출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회복의 완성

한 달이라는 시간은 인생을 바꾸는 데는 부족할 수 있지만, 삶의 리듬을 다시 정비하고 감정을 정리하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특히 인도네시아처럼 ‘느림’이 일상이 된 나라에서 지낸 한 달은, ‘나에게 맞는 속도’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만든다. 퇴사자에게 필요한 건 계획표가 아니라 감정의 회복이고, 방향의 확인이고, ‘다시 나를 믿을 수 있는 자신감’이다.

인도네시아 한달살기를 마친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이제 뭘 해야 할지 딱 정해진 건 아니지만, 조급하지 않다.” 그것은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회복된 자기감각의 신호다. 더 이상 타인의 기준으로 삶을 조정하지 않고, 내 안의 감각을 기준으로 다음 길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인생에서 한 번쯤은 ‘나만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조용하고, 간섭받지 않고, 느릿한 곳에서 보내야 의미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그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 삶의 전환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다. 30대 퇴사자는 이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보다는, '어떻게 살아야 내가 무너지지 않는지'를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배움이야말로 진짜 이직보다 더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