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을 하다 보면 문득 멈추고 싶어질 때가 있다. 대외활동, 인턴, 자격증, 교환학생, 공모전. 스펙을 채우는 데에 바빴던 시간 속에서 “나는 지금 왜 이걸 하고 있지?”라는 질문이 마음 한구석에서 점점 커져간다. 친구들과 비교당하고, 가족의 기대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지만 정작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는 모르겠다는 막막함이 따라온다. 그렇게 방향을 잃은 사람은, 휴학이라는 결정을 통해 잠시 밖으로 걸어 나오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쉬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또 불안하다. 그래서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여행이 아닌, ‘자기탐색을 위한 해외 한달살기’가 새로운 방식의 쉼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본은 문화적 유사성과 심리적 거리감 덕분에 혼자 지내기에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며, 조용한 마을에서의 체류는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기에 최적화된 구조를 만들어준다. 이번 글에서는 대학생이 휴학 기간 동안 일본 시골 마을에서 한달살기를 하며 어떤 자기탐색의 과정을 겪게 되는지를, 실질적인 경험과 감정 중심으로 자세히 풀어본다.
한 달 살기, 휴학 중 탈출이 아니라 방향 재설정의 기회다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을 결정할 때 겉으로는 “쉬고 싶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그 선택의 배경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공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해도 내 마음속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 이유는, 삶의 속도에만 집중했지 방향은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시골 마을에서의 한달살기는 그런 불안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시코쿠 지역의 고치현이나 시즈오카현의 작은 어촌 마을 같은 곳은 인터넷 속도는 느리지만, 바다 소리와 바람 소리는 매일 정확하게 들려온다. 외부 자극이 줄어든 공간에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내면으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한 참가자는 “평소엔 시간이 없어 생각하지 않았던 고민들이 이곳에서는 자꾸 떠올랐다. 처음엔 그게 불편했지만, 며칠 지나자 오히려 그 감정들과 대화하는 시간이 생겼다”고 말했다. 휴학은 공부를 멈추는 것이 아니라, 공부하듯 내 감정을 들여다보는 연습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연습은 조용하고 예측 가능한 공간에서 훨씬 효과적으로 이뤄진다.
조용한 환경은 생각이 아니라 감정을 회복시킨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휴학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겠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보다 중요한 건 감정을 회복하는 일이다. 생각은 비교적 빨리 정리되지만, 감정은 주변 환경과 리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억눌린 채로 남게 된다. 그리고 그 감정은 결국 무기력이나 자기비난으로 바뀐다.
일본 시골에서의 한달살기는 사람을 강제로 느리게 만든다.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고, 걸음을 천천히 걷게 되며, 하루에 해야 할 일이 줄어들면서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혼자 밥을 짓고, 세탁기를 돌리고, 현지 마트를 구경하며 보내는 하루는 단조롭지만 그 단조로움이 오히려 감정을 정리하는 데 매우 적절하다.
한 대학생 참가자는 “하루가 너무 조용해서 처음엔 막막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지금 슬펐구나’, ‘내가 이 선택을 후회했구나’ 같은 감정이 떠올랐다”고 고백했다. 이는 그동안 바쁘게 살며 억눌러 온 감정들이 환경의 여백을 통해 떠오른 결과다. 일본의 조용한 환경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만들고, 그것을 억지로 분석하지 않아도 흘러가게 만든다.
무의미하게 보낸 하루가 오히려 방향을 정해준다
휴학 기간 동안 많은 대학생이 “뭔가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낀다. 그래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안심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의 한달살기에서는 정반대의 경험을 하게 된다. 아무 목적 없이 흘러가는 하루를 받아들이는 것이 이 실험의 핵심이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을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거나, 낯선 골목을 천천히 걷는 일들이 반복되면서 사람은 점점 ‘무의미함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회복하게 된다. 의미를 찾기 위해 애쓰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그냥 살아보는 것. 그것이 오히려 더 깊은 자기 이해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교토 외곽의 한 숙소에서 지낸 학생은 매일 같은 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처음엔 SNS용 후기였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감정을 정리하는 편지로 바뀌었다. 그렇게 쓰인 글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자기 존재를 인식하기 위한 기록이 되었다. 무언가를 남기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았다는 말은 이 실험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다시 시작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한 달 살기의 여유’
한 달 살기의 마지막 날은 출발의 순간보다 훨씬 더 조용하다. 한 달 전과 달라진 건 외적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는 태도다. 휴학 기간 동안 일본 시골에서 보낸 시간은 특별한 성취를 남기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정이 정리되고, 일상에 대한 감각이 회복되며, 무엇보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다’는 감정적 허용이 생긴다.
한 참가자는 돌아온 뒤에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책을 하는 습관을 유지했고, 작은 일기를 쓰는 루틴을 계속 이어갔다. 일본에서 익힌 그 느슨한 하루의 구조가 한국에서도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는, 그 한 달 동안 ‘나를 중심으로 하루를 설계하는 법’을 익혔기 때문이다.
자기탐색은 답을 찾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방향을 잠시 멈추고 내가 어디쯤 서 있는지를 조용히 확인하는 일이다. 일본 한달살기는 그 확인을 위한 환경과 시간을 제공해준다. 그리고 그 시간은 ‘쉼’이라기보다는, 삶의 방향을 천천히 다시 잡는 준비 운동에 가깝다. 그 한 달을 제대로 보낸 사람은, 다음 선택에서 흔들리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기 감정의 뿌리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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