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건별 한달살기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집 근처 한 달 살기

by allthatnews0 2025. 7. 8.

사람들은 보통 ‘한달살기’라고 하면, 제주도나 전남 고흥, 일본의 작은 마을 같은 낯선 지역으로 떠나는 장기 체류를 떠올린다. 멀리 떠나야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고,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삶은 꼭 다른 지역에 가야만 새로워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거리’가 아니라 ‘방식’을 바꿨을 때 진짜 전환이 일어난다.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 한 달 살기

요즘처럼 장거리 이동이 부담스럽거나 경제적, 현실적 여건상 멀리 떠나기 힘든 상황에서, 자신이 사는 집 근처에서 한달살기를 실험해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실제 거주지는 그대로 두고, 반경 30분~1시간 이내의 숙소에 머물며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보는 방식을 택한다. 이 방식은 ‘멀리 가지 않아도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감각을 제공하며, 새로운 공간이 아닌 ‘다르게 살아보는 나 자신’에 집중하게 만든다. 이번 글에서는 집 근처 한달살기의 구체적 구조와 방법, 느낄 수 있는 변화, 그리고 일상 속 삶의 리셋 방식으로서의 효과를 차분히 풀어보려 한다.

 

집 근처 한 달 살기, 일상을 완전히 떠나지 않아도 전환은 가능하다

사람은 늘 떠나야만 전환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실상은 ‘물리적 거리’보다 ‘생활 구조의 해체와 재구성’이 훨씬 더 큰 변화를 일으킨다. 집을 완전히 떠나는 대신, 기존의 거주지에서 차로 30분 이내의 숙소에 머물면서 일상을 의도적으로 재편하는 방식은 실현 가능성과 유지력을 동시에 갖춘 대안이 된다.

한 참가자는 서울 마포구에 살면서, 양천구의 쉐어하우스에 한 달간 지내는 실험을 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들러 필요한 물건을 챙기되, 매일 생활은 새로운 장소에서 이어갔다. 그는 이 기간 동안 기존의 루틴을 과감히 해체하고, 새벽 기상과 산책, 간단한 식사 준비, 글쓰기 시간을 루틴화하면서 “장거리 여행보다 훨씬 더 내면의 변화가 컸다”고 이야기했다.

집 근처 한달살기의 가장 큰 장점은 ‘심리적 안정감’이다. 완전한 이주가 아니라는 점에서 실험에 대한 부담이 적고, 언제든지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여유가 마음을 더 열게 만든다. 사람은 심리적으로 안전한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멀리 떠나야만 나를 만날 수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때, 일상도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다.

 

아는 동네에서 모르는 일상을 살아보는 실험

집 근처 한달살기의 핵심은 ‘장소’가 아니라 ‘방식’을 바꾸는 데 있다. 같은 동네라도 다른 숙소에 머물며 기존의 역할과 리듬에서 벗어나는 순간, 사람은 전혀 새로운 시야를 갖게 된다. 매일 지나치던 공원이 다르게 보이고, 눈에 띄지 않던 작은 가게에서 나만의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공간은 같지만 행동 방식이 바뀌면, 그곳은 더 이상 익숙한 장소가 아니다.

예를 들어, 인천 부평에서 거주하던 한 여성은 송내역 근처의 한 소형 풀옵션 스튜디오에 한 달간 체류했다. 이동 시간은 15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아침에 들리는 소리, 이웃의 표정, 마주치는 거리의 냄새까지 전혀 다르게 느껴졌다고 했다. “나는 내 도시를 전혀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고 그녀는 말했다.

이러한 경험은 물리적 변화가 아니라 심리적 인식 전환으로 이어진다. 기존에는 ‘지루함’이었던 일상이, 구조가 달라지자 ‘관찰할 수 있는 세계’로 변한다. 그 변화 속에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하루를 더 의식적으로 살아가게 되고, 익숙함에서 오는 무감각이 깨진다. 한달살기의 핵심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곳에서 나답게 살아보는 방식’이다.

 

현실적인 조건에서도 가능한 자기 회복 방식

장기 여행이나 한달살기를 계획할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것은 비용, 시간, 책임감 같은 현실적인 조건이다. 가족이 있거나 직장을 쉬기 어렵고, 반려동물이나 부모를 돌봐야 하는 사람에겐 장거리 체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집 근처 한달살기는 이런 조건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도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식이다.

하루에 단 10분만 가족과 통화하면 안심할 수 있고, 주 1~2회 집에 들러 꼭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도 있다. 이렇게 삶의 맥은 유지하면서도 ‘나’라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시공간을 갖게 되면, 과도한 부담 없이 자신을 리셋할 수 있다. 또한 숙소 비용도 장기 체류용 원룸, 오피스텔, 에어비앤비 등을 활용하면 기존 임대비보다 낮은 수준으로 조정 가능하다.

이처럼 집 근처 한달살기는 실용성과 지속 가능성의 균형을 갖춘 방식이다. 바쁜 일정 속에서 완벽히 사라질 수 없다면, 그 안에서 잠시 나를 위한 틈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진짜 현대적 삶의 회복 전략일 수 있다. 삶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바라보는 방식으로 재구성된다.

 

한 달 살기 후 돌아갈 곳이 있기에, 나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집 근처 한달살기의 또 다른 강점은 종착점이 아닌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달의 실험을 통해 일상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감각을 회복하면, 그 이후 더 큰 변화도 시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얻게 된다. 매일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이 전부였던 사람이, 다른 도시나 나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것이다.

한 참여자는 서울 관악구에서 도봉구로 이사하듯 이동하며 한달살기를 진행한 후, 그 다음 해에는 제주 한달살기를 실행했다. 그는 “집 근처에서의 변화 경험이 아니었다면, 난 여전히 모든 게 두려웠을 것”이라며 심리적 전환점으로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람은 익숙함 속에서 더 이상 자신의 가능성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완전히 낯선 곳으로 떠나기 전에, 가까운 거리에서 작고 부드럽게 자신을 바꿔보는 방식은 부담이 없고 실패할 리스크도 적다. 나를 다시 느낄 수 있는 공간, 그것이 꼭 멀리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돌아갈 집’이 있기에 ‘새로운 나’도 가능하다. 집은 그대로 두고, 나만 움직여보는 한 달.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