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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별 한달살기

손글씨로만 의사소통하며 한 달 살기

by allthatnews0 2025. 7. 19.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백 개의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메신저 알림, 이메일 회신, 단톡방의 짧은 응답들 속에서, 의사소통은 점점 빠르고 편리해졌지만, 동시에 얕고 피상적인 대화로 변했다.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답했는지가 더 중요해진 지금, 우리는 대화를 ‘전달’로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런 구조 속에서 문득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된다.
“내가 지금 누군가에게 진심을 담아 말을 전한 게 언제였지?”
그 질문에서 출발한 것이 바로 손글씨로만 의사소통하며 살아보기 한 달 살기다.

손글씨로만 한 달 살기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말로 대신하지 않고, 오직 손으로 쓰인 문장으로만 나를 표현해보는 한 달은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 감정과 관계의 깊이를 되찾는 실험이다. 이 글에서는 손글씨 한달살기가 어떻게 감정 구조를 정리하고, 대화의 질을 바꾸며, 일상 전체의 리듬을 변화시키는지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한 달 동안 말하지 않아도, 연결될 수 있다는 감각

사람은 말하지 않으면 고립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이 많다고 해서 진짜 연결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이 많아질수록 의미는 흐려지고, 말의 책임은 줄어든다. 손글씨로만 의사소통하는 실험은 이 구조를 완전히 뒤집는 작업이다.
하루에도 수십 번 하던 말 대신, 그저 메모지나 종이에 문장을 쓰는 방식으로만 의사를 표현하려고 하면, 사람은 가장 먼저 ‘왜 이 말을 하고 싶었는가’를 묻게 된다.

손글씨는 속일 수 없다. 감정이 담기고, 망설임이 보이며, 의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처음엔 단순한 요청인 “식탁 위에 쪽지 있어요” 같은 문장으로 시작하지만, 며칠이 지나면 사람은 감정까지 글로 전하게 된다. “오늘은 많이 지쳐서 일찍 잘게요.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이런 문장은 짧지만, 말로 표현할 때보다 훨씬 깊은 울림을 준다. 왜냐하면 그 말을 하기 위해 누군가가 시간을 들이고, 손을 움직이고, 마음을 써야 했기 때문이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남편에게 ‘미안해’라고 말할 땐 늘 형식 같았는데, 손글씨로 ‘내가 말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라고 썼을 때는 그게 훨씬 진심처럼 느껴졌대요.”
이 실험은 말이 없어도 마음이 전달될 수 있다는 감각을 사람에게 다시 회복시켜준다.

 

느림이 감정을 정리하고, 말을 정제하게 만든다

손글씨로만 말하게 되면, 사람이 가장 먼저 경험하는 건 ‘말이 줄어드는 효과’다. 말은 즉흥적으로 뱉어지지만, 글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덜 말하게 된다. 그런데 이 줄어든 말 속에서 사람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한 문장을 쓰기 전, 사람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이 말을 지금 꼭 해야 할까?”
“이 표현이 상대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내가 지금 진짜로 느끼는 감정은 뭘까?”

그 질문은 말을 조심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말을 명확하게 만든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기록했다.
“평소엔 ‘괜찮아’라고 무심코 말했지만, 손글씨로는 도저히 그렇게 못 쓰겠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조금 힘들어. 잠깐 나 혼자 있고 싶어’라고 썼어요. 그게 저한텐 더 솔직했어요.”

이런 표현은 단지 예쁘거나 문학적인 문장이 아니라, 진짜 감정에 닿아 있는 문장이다. 손글씨로 말하게 되면, 사람은 감정을 덜 숨기고, 더 정확히 말하게 된다. 그 말은 결국 관계의 깊이를 바꾸고, 스스로를 더 정직하게 바라보게 만든다.

 

대화가 아닌 교류로서 관계를 다시 배우는 한 달 

현대인은 말의 양으로 관계를 평가한다. 자주 말하면 친한 관계고, 대화가 줄면 멀어진 관계라고 여긴다. 하지만 손글씨로만 의사소통하는 실험은 이 프레임을 해체시킨다. 말을 하지 않지만, 손으로 쓴 글이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기 때문이다.
짧은 메모 하나가 하루의 기분을 바꾸고, 단 한 줄이 서로의 온도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족과 함께 이 실험을 한다면, 아침에 식탁 위에 “오늘도 잘 다녀와”라는 쪽지가 놓여 있고, 저녁에는 “네가 웃는 얼굴을 보면 나도 기분이 좋아져”라는 말이 손글씨로 남아 있다. 이런 쪽지는 대화보다 더 오래 남고, 말보다 더 잔잔하게 감정을 전달한다.

이 실험의 또 다른 장점은 충돌을 피하는 소통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즉시 반응하지 않아도 되고,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되기 때문에 갈등이 줄어들고, 감정이 다듬어진다. ‘대화’가 아니라 ‘교류’의 구조로 전환되는 것이다. 관계는 말이 많을 때보다, 말 없이 배려하고 기다릴 때 더 단단해진다.

 

손글씨는 나와의 대화로 확장되는 한 달 살기의 시간

사람은 손글씨로 다른 사람과 소통하면서, 동시에 자기 자신과의 대화도 시작하게 된다.
혼잣말 대신 메모지에 글을 남기고, 하루의 기분을 짧게 기록하고, 감정이 요동칠 때 편지를 쓰는 것만으로도 사람은 스스로의 감정에 공간을 만들어주게 된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감정을 빠르게 전달할 수 있지만, 깊이 있게 바라보긴 어렵다. 반면 손글씨는 느림을 기반으로 하기에 감정을 정리하고 돌아보는 데 훨씬 적합하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오늘은 불안했지만, 나름 잘 버텼어”라는 문장을 써내려가면, 그 문장은 단순한 표현을 넘어 자기 회복의 도구가 된다.

한 참가자는 이렇게 썼다.
“이 실험을 시작하고 가장 많이 쓴 말은 ‘괜찮아’였어요. 그 말은 남한테가 아니라 저한테 해주는 말이었고, 그게 참 따뜻했어요.”
결국 손글씨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루틴으로 확장된다.

말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멀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 없이 존재하고, 손으로 써서 감정을 전달하는 경험은 진짜 감정, 진짜 대화, 진짜 관계가 무엇인지 되돌아보게 해준다.
손글씨 한 달 살기는 단순한 불편함이 아니라, 언어를 다시 정직하게 만드는 회복 실험이다.